[인터뷰] 탕진수묵 10주년 기념 전시회 “붓이 옳았다” 기획한 김선두 화백_제자 양성 10년…꽃을 피운 17개의 붓

[인터뷰] 탕진수묵 10주년 기념 전시회 “붓이 옳았다” 기획한 김선두 화백_제자 양성 10년…꽃을 피운 17개의 붓

10년. 87600시간. 전통문화재단과 김선두 화백이 한국화 작가 양성에 쏟은 시간이다.

이를 기념한 탕진수묵 10주년 기념 전시회 “붓이 옳았다”가 8월21일부터 27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은 2013년 한국화 작가 양성을 위해 김선두 화백과 함께 수묵드로잉 작가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지난 10년 동안 문을 두드린 작가 과정 수련생은 150여명. 10년의 결실은 고작 17명. 김선두 화백의 엄격함이 묻은 결과지만 그만큼 돋보이는 존재들이다. 버티고 견딘 제자들의 빛깔은 스승의 그늘을 벗어나 각자의 색으로 앞날을 열어가고 있다. “붓이 옳았다” 작품전은 10년의 공력과 앞으로의 미래가 함께 자리하는 시간이라 더욱 뜻깊다.

김선두 화백은 제자들 앞에서 모범을 보이듯 현재 서울 삼청로 학고재에서 <푸르른 날> 개인전(2024.7.17.~8.17)을 열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4년만에 갖는 전시다. 전시 제목은 서정주 시 ‘푸르른 날’에서 차용했다.

평론가 김백균(중앙대 교수)은 “서정주는 깨달음의 기쁨을 푸르른 날이라고 노래했다”고 상기했다. 김화백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싱그러운 폭죽’ 작품을 소개하며 “꽃을 땅이 쏘아 올리는 폭죽”이라고 했다.이

말을 듣는 순간 번개가 치듯 반짝 영감이 떠올랐다. 그렇네. “붓이 옳았다” 작품전을 여는 17명의 제자들도 그가 쏘아 올린 폭죽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김 화백에게 탕진수묵 10주년, 그리고 작가 양성에 대해 들어 보았다.

– 탕진수묵 ‘수묵을 탕진하다’ 어떤 의미인가요?

“탕진이란 어감은 부정적이죠. 탕아가 재산을 탕진하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듯이. 예술에선 역설적으로 작용할 수 있죠. 옛 수묵화는 탕진하고 새로운 수묵을 하자는 의미죠. ‘한국화의 현대회화로서 실험의 뿌

리를 수묵에 두자’ 이런 걸 강조하고자 했죠.”

 

– 중앙대에서 제자를 양성하셨는데 2013년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에서 수묵드로잉 작가 양성을 개설하셨는데 동기가 궁금합니다.

“크게 두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하나는 작가로서의 수련 과정입니다. 대학에서는 4년 과정 수업을 하는데 이후에는 각자가 알아서 또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길을 찾아가는 과정도 쉽지 않죠. 작가로 등단했

다고 해도 자신의 부족함은 자신들이 압니다. 이 부족함을 극복하고자 해도 수련할 곳은 별로 없어요. 또 하나는 수련 방법입니다. 한국화의 현대화 실험은 재료를 새롭게 쓰는 방법 등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어느 순간 미감의 뿌리는 수묵에 있다는 걸 깨닫고 수묵에 뿌리를 두고 같이 정진해보자고 했습니다.”

 

– “붓이 옳았다” 작품전의 뿌리도 수묵드로잉 작가 양성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양성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2~4년 작가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인데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창작 250장을 그려야 하는데 사군자부터 시작하여 사군자의 선을응용한 사촌그리기 등 꾸준하고 긴 호흡으로 하는데 쉽지 않습

니다. 그동안 몇몇 제자들의 개인전, 그룹전을 꾸준히 개최해 왔는데 150여 명 온 것 같은데 15명 남아 그들이 전시회를 개최하는 과정까지 이르게 됩니다.”

 

– 제자들의 전시 “붓이 옳았다”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았는지요? 제자들 개성도 각각 특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화의 젊은 작가들이 한국화의 실험을 하면서 다른 재료에 관심을 갖는데 한국화 실험의 핵심은 붓에 있어요. 단단한 붓의 기본이 없는 실험은 사상누각과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어요. ”붓이 옳았다“전에

참여한 친구들의 작업은 제가 앞에서 언급한 단단한 수묵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살아가면서 만나는 깊은감동과 불편함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데 일상에서 만나는 느낌과 깨달음을 몇 개의 이미지로 구성

하여 표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버티며 수묵드로잉 작가양성 과정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김 화백의 의지에 더해 전통문화재단 박민호 대표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2년부터 한국화의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박 대표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오늘날 어떻게 현대화의 옷을 입고 대중들 곁으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수묵드로잉 작가 양성 과정을 열게 되었다”고 취지

를 설명했다.

박대표는 “이번 전시회가 한국화의 토양을 더욱 기름지게 하고, 스승이란 토양에서 새롭게 거듭 난 작가들이 이 시대 한국화의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자/이동형 언론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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